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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의 손으로 동족의 피를 뽑고 있는 이 악랄한 현실을 방관하랴.
고려대 4.18 선언문 고려대학교 1960. 4. 18.
작업 소개
대자보(大字報)는 주로 손 글씨로 쓴 벽보이다. 내가 선택한 시국 선언문의 정신을 직관적으로 반영하고자 손 글씨를 활용하자고 생각하던 차에, 고려대학교 시국 선언문(1960년)의 필자인 당시 『고대신보』 박찬세 편집국장이 2007년에 다시 필사한 자료를 찾았다. 고려대 기념관 아카이브에는 4.18 시위가 있던 1960년 당시 신입생 기념품 수건도 있었는데, 이는 훗날 4.18 시위 60주년을 기념해 1960년도가 새겨진 원본에 2020년까지 새긴 버전이 만들어졌다. 수건에 현재의 날짜가 새겨지듯, 이번 포스터 또한 당시의 메시지를 현재 시점으로 옮긴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생각했다. 박찬세의 손 글씨 추출본과 수건에 쓰인 스텐실 타이포그래피를 닮은 폰트를 제작했다. 경직된 스텐실 타이포그래피와 주요 단어를 힘 있게 써내려 간 손 글씨가 교차하는 사이로 3.15 부정선거와 자유당 독재정치에 반기를 든 대학생들의 풍경이 보인다. 포스터 하단부에는 지난 12월 계엄령 사태의 장면도 개입시키며, 1960년처럼 민주주의 수호를 외쳐야 하는 2025년 대한민국의 되풀이된 역사를 표현했다.
작업자 소개
윤현학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래픽디자이너이자 시각예술가이다. 인간의 신체와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규범들에 관심을 가져 왔다. 산업디자인과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고, 그래픽디자인과 시각 문화에 대한 리서치 작업을 병행해 왔다. 네덜란드의 얀 반 에이크 아카데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마쳤으며, 이후 네덜란드 디자인 기금 지원으로 역사적 인물의 동상에 대한 리서치 프로젝트인 『Decoding Dictatorial Statues』(Onomatopee, 2019)를 출간했다. 2024년 개인전 〈자의적인 강령들〉(2024)을 열었으며, 주요 참여 전시로는 〈새일꾼 1948-2020〉(일민미술관, 2020), 〈깨끗한 석판〉(문래예술공장, 2023), 〈시공時空 시나리오〉(서울시립미술관, 2024)가 있다.
시국선언문 전문 보기
시국선언문 전문
고려대 4.18 선언문
친애하는 고대학생 제군! 한 마디로 대학은 반항과 자유의 표상이다. 이제 질식할 듯한 기성독재의 최후적 발악은 바야흐로 전체 국민의 생명과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
그러기에 역사의 생생한 증언자적 사명을 띤 우리들 청년학도는 이 이상 역류하는 피의 분노를 억제할 수 없다. 만고 이와 같은 극단의 악덕과 패륜을 포용하고 있는 이 탁류의 역사를 정화시키지 못한다면 우리는 후세의 영원한 저주를 면치 못하리라.
말할 나위도 없이 학생이 상아탑에 안주치 못하고 대사회투쟁에 참여해야만 하는 오늘의 20대는 확실히 불행한 세대이다. 그러나 동족의 손으로 동족의 피를 뽑고 있는 이 악랄한 현실을 방관하랴.
존경하는 고대학생동지 제군! 우리 고대는 과거 일제하에서는 항일투쟁의 총본산이었으면 행방 후에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사수하기 위하여 멸공전선의 전위적 대열에 섰으나 오늘 진정한 민주이념의 쟁취를 위한 반항의 봉화를 높이 들어야겠다.
고대학생동지제군! 우리는 청년학도만이 진정한 민주역사창조의 역군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하여 총궐기하자.
단기4293년 4월 18일 고려대학교 학생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