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문 전문

우린 더이상 침묵하지 않는다

12월 3일, 저희는 역사 속에서만 보던 계엄령을 눈으로 직접 보았습니다. 어린 시절 어렴풋이 독재의 두려움을 느끼며, 다시는 국가가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는 일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의 기습적 비상계엄으로 서울 한복판에 탱크와 헬기를 타고 무장한 계엄군들이 쳐들어오는 모습을 보며 과거의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국민이 뽑은 대통령인데, 오히려 그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는 모습은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음을 말해주었습니다.

비상계엄 이전에도 우리는 이미 2년 반 동안 윤석열 정부를 겪으며, 대학생은 물론 어떤 국민도 생각하지 않는 정부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159명이 서울 한복판에서 스러져간 10·29 이태원 참사에도 이태원 특별법안은 거부하며,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한다는 이유로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채 사람을 구하다 죽음을 맞게 된 채해병이 사망하게 하며,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의료대란을 일으키는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어려운 일들에 언제나 윤석열 정부의 책임은 있었고 그 책임을 방조하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목격하고서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아등바등 살아갈 것을 요구하는 정권 아래, 우리의 삶은 인간다운 삶이 아닌 그저 ‘생존’이 되었습니다. 이에 마땅히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에 촛불을 들고 나섰고, 그에 응한 답변이 바로 비상계엄이었습니다.

윤석열은 더 이상 이 나라의 대통령이 아닙니다. 스스로 그 자격을 내려놓았습니다. 이젠 우리가 이 나라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억압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려는 비민주주의자 윤석열 대통령을 거부합니다. 국민의 권리 보장을 위해 존재하는 법을 이용해 자신과 자신의 주변 인물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폭력적이며, 무책임한 사람은 우리 지도자가 될 수 없습니다. 이념 외교, 법인세 감세, 복지정책의 후퇴, R&D예산 삭감 등 무식한 사회정책으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후퇴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명태균 씨와 관련된 여론 조작, 국정농단 의혹은 지금까지의 범법 행위를 무안하게 할 정도입니다. 숱한 일들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도, 대책도, 책임도 없습니다. 이 자를 왜 대통령에 계속 앉혀놓아야 하겠습니까.

긴급하게 모인 시민과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을 해제시켰습니다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비상계엄 다음은 무엇일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막아야합니다. 우리가 막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라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막막한 미래에 한숨만 쉬며 살고 싶지 않습니다. 따라서 우리 제주대학생들은 지금 정권과 국민의 힘에 다음과 같은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하나,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내란을 조장한 것에 사죄하고 어떠한 방식이든 즉시 퇴진하라.

하나, 윤석열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은 철저히 수사에 응하여 법적인 책임을 져라.

하나, 국민의 힘은 윤석열 퇴진 반대 당론을 철회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윤석열 대통령과 가장 먼 제주에서 가장 큰 퇴진의 목소리를 만들어 내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