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스퍼드 대학교 한국 학생 및 동문, 연구자 41인 공동 성명
2024년 12월 3일, 옥스퍼드에 살고 있는 우리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한국에서의 소식에 분노하고, 좌절하며, 허탈함을 느꼈습니다.
한국 현지시각 12월 3일 22시 25분 (13:25 GMT),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였습니다. 또한 계엄령 해제를 저지하기 위해 무장 군병력을 동원하여 국회 출입을 통제하고, 국회 본회의장 침입을 시도하였습니다. 이 같은 폭력 행위에도 불구하고 190명의 국회의원이 집결하였고, 12월 4일 오전 1시 1분 (16:01 GMT) 만장일치로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하였습니다. 비록 국무회의를 통해 계엄령 해제가 의결되었지만, 민주주의의 가치, 국민의 기본권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은 아직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는 전시 및 사변 등 국가 비상사태 하에서만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비상사태라고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정당한 절차와 합당한 이유 없이 계엄령을 선포한 윤석열 대통령의 행동은 명백한 위헌입니다. 나아가,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를 포함한 모든 정치·집회·언론 활동을 금지하고, 무력 진압을 지시하는 계엄사령부 포고령을 통해 민주주의의 원칙과 국민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으며, 시민들의 신체적∙정신적 안전을 위협하였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영국에서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우리는, 한밤중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무장한 군인들이 시민들에게 총구를 겨눌 수 있는 국가가 우리의 조국이라는 사실에 분노하고 좌절했습니다. 무엇보다 멀리서 국회로 달려가는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을 그저 걱정하며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무력감과 허탈함을 느꼈습니다. 누군가의 삶과 죽음이 결정될지도 모를 상황에서, 그 총구가 나를 겨누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는 스스로가 부끄러웠습니다. 이렇게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언제라도 다시 군사독재가 가능한 국가가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조차 허락되지 않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당사자로서, 그리고 한국인이자 한국에 가족과 친구를 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목소리를 내고자 합니다.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갈급함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고,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때로는 큰 변화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품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이 목소리가 한국에 있는 동료 시민들에게 응원과 연대의 손길이 되기를 바라고, 나아가 이 글을 읽게 될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4년의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자행한 세력이 아직 국가 권력의 수뇌부를 차지하고 있는 한, 우리의 일상과 공동체는 결코 안전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을 요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현재의 사태에 책임을 지고 당장 퇴진하라.
윤석열 대통령 및 계엄령을 건의하고 집행에 동조한 이들은 법의 심판을 받아라.
윤석열 대통령의 비호세력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통령 탄핵에 동참하라.
우리는 앞으로의 상황을 전세계의 한인들 및 국제사회와 함께 주시하고, 또 연대할 것입니다.
옥스퍼드 대학교 한국 학생 및 동문, 연구자 41인 (가나다 순):
권오윤 김강건 김영채 김우희 김주은 마준석 박정명 손윤 송다연 송준서 엄선진 여현정 온성권 윤선우 이지은 이한구 이휘준 임진희 장명준 전민지 정다인 조성준 조윤서 조진형 채상원 최혜령 한재인 허정은 홍다솜 황인준 외 11인
2024.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