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문 전문

스스로 대통령이길 포기한 윤석열은 퇴진하라

2024년 12월 3일 오후 10시 25분, 윤석열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였다. 계엄령을 해제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빠르게 모였지만, 국회 출입은 통제되었고 계엄군은 창문을 깨고 본회의장 침입을 시도했다. 오전 1시, 담을 넘거나 무장한 군인들을 피하여 국회 본회의장에 도착한 190명의 국회의원들이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대통령에게 전달된 가결안은 세 시간이 지난 오전 4시 30분경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으로써 마무리되는 듯했다. 하지만 계엄령의 선포부터 해제까지 6시간 동안 이어진 군과 시민의 대치는 한국 사회에 새겨진 역사적 상흔을 헤집고 국민을 불안으로 몰아넣었으며, 우리 사회에 막대한 혼란과 손실을 야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의 명분으로 내세운 “종북 반국가세력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겠다는 주장은 스스로의 권력을 지키기 위한 허위 주장에 불과하다. 국회의 정당한 역할을 종북 반국가세력의 공작으로 매도하는 것은 국가 안보를 명분 삼아 허구의 적을 만들어 내는 것으로, 시대착오적이며 반민주적이다. 또한 국회를 봉쇄하고 본회의장에 침투하며 여·야 대표와 국회의장마저 체포하려 한 계엄사령부의 만행은 헌법에 위배된다. 우리는 긴 민주화의 역사 속에서 무고한 시민들이 경찰과 군대에 의해 독재의 희생양이 되는 모습을 목도해 왔다. 이러한 반민주적·반헌법적 독재정치와 국가폭력을 겪어온 사회의 학생들로서, 우리는 간밤의 폭거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은 명백히 시민의 목숨을 담보로 국가 권력을 사유화하려는 시도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을 지키려는 시늉조차 하지 않았다. 원칙적으로 계엄령은 전시나 내란으로 인해 행정 및 사법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선포될 수 없다. 그러나 현 상황은 전시, 사변 등 국가 비상사태라고 볼 근거가 없다. 심지어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사유로 제시한 입법 대치 상황은 대통령 본인의 거부권 남용으로 발생한 것이다. 또, 계엄법에 따르면 계엄령 선포 사실을 국회에 지체없이 통보하여야 함에도, 이를 무시하고 국회의원의 집결과 본회의 개회를 폭력으로 진압하려 했다. 민주주의의 원칙을 뿌리부터 부정하고, 군사조직을 동원해 견제받지 않는 독재 권력을 구축하려 한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의 가치 아래 이루어질 미래의 정치를 위해서라도 지금의 사태를 묵인할 수 없다. 앞으로 한국의 정치에 독재의 자리는 없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유린한 윤석열에게 책임을 엄중히 묻는다.

우리는 지난 밤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시민들의 의지와 열망을 확인하였다. 본회의 요구안 의결과 대통령의 수용은 정치인들의 힘만으로 가능했던 일은 아니다. 계엄령이 선포되자마자 수많은 인파가 국회의사당 앞으로 몰려들어 계엄군의 국회 침입을 필사적으로 방어했다. 더구나 계엄 해제 요구안을 국회에서 의결한 이후에도, 국무회의에서 해제가 확정될 때까지 시민들은 계속해서 자리를 지켰다. 우리는 이 순간을 목격했고, 그 자리에서 함께 했으며, 앞으로도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 수많은 시민과 함께 말한다. 윤석열은 퇴진하라!

2024년 12월 4일

윤석열의 계엄령을 규탄하는 연세대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 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