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폭로된 직후 단체 및 개인별로 시국선언이나 대자보 등이 쏟아져나오고, 전국 각지에는 수많은 인파가 거리를 마비시킬 정도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우리는 지난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수많은 제도적 억압을 받아온 당사자로서 침묵을 깨고 이 자리에 함께 모였다.
그동안 우리는 청소년이라는 이유 하나로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 당하며 살아왔고 이것은 박근혜 정권에서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 되었다. 우리는 일제고사와 고입, 수능, 대입, 그리고 수없이 많은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이 땅의 청소년들은 각자의 꿈은 무시된 채 인간적인 삶도 영위하지 못하며 하루 평균 5.8시간 수면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다.
뿐만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한 술 더 떠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이 저지른 인권유린을 은폐한 ‘한국사 국정 교과서’의 추진을 강행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는 역사를 왜 배우려 하는가? 그것은 과거의 인권유린과 실패 사례를 배우고 두 번 다시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지, 지난 날의 과오를 잊어버리고 누군가를 우상화 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러한 교육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국정교과서가 나온 이후에는 ‘성교육 표준안’이라는 것까지 발표되었다. 박근혜 정권은 성평등한 교육을 위해 제정되었다고 했지만, 그 속내는 대단히 폭력적이고 성차별적이다. 성폭력이 피해자의 옷차림이나 행동의 문제라고 하는것이 과연 올바른 성교육일까? 또한 세상에는 이성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이 있다. 또한 누군가는 청소년 성소수자 당사자일 것이다. 이를 모두 묵살 하는 게 누구를 위한 성교육이고, 무엇을 위한 성교육인가? 우리는 소수자를 배제하고 혐오하는 성교육을 받아들일 수 없다.
여지껏 많은 청소년들이 역사적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여 왔던 것 처럼, 우리는 지금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정치적 주체로서 선언한다. 그 어떤 탄압에도 우리의 목소리를 지울 수는 없다. 우리는 이러한 탄압에 당당하게 맞설 것임을 선언하며 이와 같이 요구한다.
하나. 박근혜는 사퇴하고, 온당한 법의 심판을 받아라.
하나. 일제고사를 비롯한 입시경쟁체제를 철폐하고,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라.
하나. 성차별을 조장하는 성교육 표준안과 역사 속 인권 유린을 은폐하는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즉시 폐기하라.
하나. 청소년을 주체적이고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하고, 선거권과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라.
2016년 11월 13일, 박근혜 하야를 위한 부산 청소년 시국선언 추진모임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