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문 전문

전라남도 교사 5,521명 시국선언문

지금 우리는 참담한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

그동안 독재와 반민주성을 걷어내고 이 땅에 민주주의와 참교육 세상을 위해 우리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역사의 부끄럽지 않은 놀라운 진전을 이루었다. 그런데, 그렇게 힘들게 얻은 민주의 불꽃이 채 타오르기도 전에 이명박 정권의 반민주적인 작태로 인해 세상은 다시 짙은 어둠이 깔리고 그 어둠을 밝히기 위해 우리 아이들은 가녀린 손으로 촛불을 들었다.

이명박 정권은 대통령 취임 전부터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며 반민주적이고 반역사적인 독재로의 회귀를 예고했고, 취임 100일이 지난 지금 그 예고는 현실이 되어 온 국민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고소영, 강부자 내각으로 국민들에게 부화를 지르더니 영어몰입식교육, 대학입시자율화와 학교학원화 조치로 우리 아이들을 죽음의 경쟁으로 내몰고 국민들의 허리를 휘게 하여 부러뜨리려하고 있다. 저물어가는 부시의 꽁무니라도 잡아보고자 국가적 자존심마저 팽개치고 미친소 수입을 결정했다. 대부분의 언론과 학자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지적했음에도 귀를 틀어막고 오로지 미국의 충직한 똘마니로 인정받기 위해 국민의 건강권을 단 몇 시간만에 팔아버렸다. 더욱 한심한 것은 정신 나간 정부의 쇠고기 수입 결정을 되돌리라고 요구하는 학생들에게 배후설을 조장하는가 하면 아무 거리낌 없이 교실에서 학생을 연행하고, 독재정부에서나 있었던 감시와 협박을 일삼고 있다. 평화적인 시위를 하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물대포와 방패막이로 공격하고 군화발로 짓밟으며 국민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자행했다. 국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는커녕 법질서 운운하며 민심을 왜곡하고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기름값과 물가상승으로 일할 의욕마저 상실하고 고통 받는 국민을 외면하고 성장위주의 정책, 가진 자를 위한 친재벌정책을 고수하며 의료, 수도, 전기 등 국민생활필수품마저 민영화해 국민의 피를 빨아 자본의 뱃속만을 불리려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아직도 주권자인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의 소리에 귀를 닫았던 권력자들의 말로를 모른단 말인가?

더욱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것은 주인을 상대로 머슴이 일은 제대로 하지 않고 거짓으로 일관하며 주인을 속이려고 한다는 것이다. 대운하가 그랬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정에서도 계속해서 국민을 우롱하고 기만해왔다. 이제 경고한다. 더 이상 국민을 속이려 들지 말라! 이 난국를 타개할 방법은 오로지 쇠고기 수입 재협상과 가진 자 중심의 정책을 전면 전환하는 것이다.

수많은 동지들의 피와 목숨으로 쟁취한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훼손될 위기에 처해 있다.

더 이상 책상 앞에 앉아만 있을 수는 없다. 우리의 사랑하는 제자들이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권력자들의 횡포에 맞서 촛불을 켜고 있는 상황에서 분필만 들고 있을 수는 없다. 이제 다시 19년 전 제자들 앞에서 서슬 퍼런 총칼의 위협을 무릅쓰고, 굴종의 삶을 떨치고 떳떳한 스승으로 남기위해 교육민주화선언을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불의에 침묵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설 것이다. 향후 온 나라 행진을 통해서 국민과 소통하고 이명박 정부의 본질을 알릴 것이다. 총체적 국정혼란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과 국민들이 고통 받지 않도록 투쟁할 것이다. 아울러 교사로서의 책무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공교육을 강화하도록 농어촌교육특별법제정과 교육재정확보 등 교육여건개선에도 앞장설 것이다.

– 우리의 요구 –

□ 정부는 미국산 미친 소 수입결정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전면 재협상하라!

□ 정부는 무한 입시경쟁교육을 포기하고 공교육을 강화하는 교육정책으로 전면 전환하라!

□ 이명박 대통령은 공교육포기 학교학원화조치의 주범 김도연 교과부장관과 그 배후조정자 이주호 교육문화수석을 당장 교체하라!

□ 이명박 대통령은 총체적 국정혼란의 책임을 지고 내각총사퇴와 핵심참모를 전면 교체하라!

전라남도 교사 시국 선언자 일동
2008. 6.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