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반만년 역사위에 이토록 민중을 무자비하고 처절하게 탄압하고 수탈한 반역사적 지배집단이 있었단 말인가? 반봉건동학농민혁명과 반식민 3⋅1독립 운동 및 무장독립 투쟁에 이어 저 찬란하던 반독재 4월의 학생혁명을 타고 흐르는 한민족의 위대하고도 피로 응어리진 자유평등의 민주주의 정신을 폭력과 기만으로 압살하려든 1961년도 이제 그 막차를 탔음을 우리의 견딜 수 없는 분노가 포효로써 증명한다.
귀와 눈은 진리에 대해 첩첩이 봉쇄되어 저들의 날조된 선전과 허위에 염증을 앓고 있고 우리 민주 학우들의 정의의 외침은 단 한 줄의 글귀도 민중에 전달되지 못하여 단 한 발자욱의 학교을을 넘어 울려 퍼지지 못하니 탄식하며 좌시할 수 없음을 이 푸르고 높은 10월의 하늘과 더불어 맹세코자 한다.
식민지적 경제구조를 온존시키고 그 위에 원조와 차관경제로써 허세를 부리면서 GNP의 허구와 수출만능으로 대외의존을 심화시켜온 매판기업가와 관료지배세력은 농촌경제의 파탄과 이로부터 쫓겨나온 대다수의 도시근로자가 셋방살이와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신음하며 병든 근대화의 표상이 되어 자신들의 향락적이고 퇴폐적인 생활과의 대립이 첨예화함을 두려워하며 모든 경제적 모순과 실정을 근로자의 불순으로 뒤집어씌우고 협박 공포 폭력으로 짓눌러 왔음을 YH사건에서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고 저들의 입으로나마 나불대던 민주공화국의 형식논리마저도 이제는 부정함을 야당의 파괴음모에서 깨닫게 하여 주었다.
우리는 학원이 정의와 양심의 최후보루라는 것을 멀지 않은 역사에서 배워왔다. 적과 마주하여 스스로 펜을 총으로 대신하였고 민주주의의 혼이 꺼져갈 때 피를 흘리며 쓰러져간 선배 형들의 끓어오르는 함성이 귀에 메아리쳐 옴을 이 어찌하랴! 학우여! 오늘 우리의 광장은 군사교육장으로 변하였고 자유로운 토론은 정보원과 그 앞잡이 상담지도관과 호국단이 집어 삼키지 않았는가! 타율과 굴종으로 노예의 길을 걸어 천추의 한을 맺히게 할 것인가 아니면 박정희와 유신과 긴급조치 등 불의와 날조와 악의 표본에 의연히 투쟁함으로써 역사발전의 장도에 나설 것인가? 불을 보듯 훤한 이 시대의 비리를 바로잡을 역사의 소명 앞에 아무 두려움도 아쉬움도 남김없이 훨훨 타오른다. 오직 오늘 보람 있는 삶과 내일 부끄럽지 않은 과거를 갖기 위하여 우리는 이제 투쟁의 대열에 나서는 환희를 찾는다.
학우여! 동지여! 독재자의 논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모여 대열을 짓고 나서자! 꺼지지 않는 자유의 횃불을 들고 자유민주주의의 노래를 외치면서.
1979년 10월 15일 오전 10시 도서관 앞
부산대학교 민주학생 일동